핸즈스토리

작성자 Admin 시간 2019-05-20 16:36:05
네이버
첨부파일 :

IMG_0538.jpg 

@더 라이트 핸즈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르를 본적이 있다. 바오밥 나무를 비롯해서 자연이 아름답고 동식물이 가득할 것 같은 상상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실제로 마다가스카르는 공산주의를 경험한 세계 4번째로 큰 섬이자, 생물의 다양성 보존을 위해서 그 중요성이 점차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나라이다. 인구는 2,500만 명이지만, 3분의 2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어딜 가도 지속적인 개발이라는 생각보다는 긴급 구호가 더 절실히 필요한 나라, 그 나라를 이번에 방문하였다. 긴 여정 가운데 육체적으로 힘이 들기도 했지만, 그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방안을 모색하며,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그 땅을 내딛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안쿠파파라는 지역으로 수도에서 차량으로 남쪽으로 1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피아라난초아라는 6대 도시 옆에 위치한 인구 3만 명의 소도시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도시빈민으로 이루어져 있고, 마을을 이뤄 집단 거주를 하는 고로 적당한 경작지를 가지고 있지 않는 빈곤 가정들 이었다. 우리 팀이 가정을 방문하고자 할 때 세웠던 계획이 50가정을 방문하고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부득불 일정이 평일로 확정되어 가정에 사람이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막상 방문하고 보니 대부분 가정에 있었으며, 그 이유는 단순하였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가축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습관과 개인위생에 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사진을 찍을 때 환히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귀여운 미소가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의 미소에는 잇몸염증이 가득해 보였고, 아마 칫솔질 몇 번에도 염증이 터지거나, 출혈이 심해 보이는 아이도 상당수였다. 머리에는 곰팡이 균이 번져 있는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를 쉽게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배가 고픈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주고 싶어서 조심스레 과자를 전해주던 기억이 난다. 그 과자가 그 아이에게는 하루의 첫 끼니이고, 마지막 끼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가정 방문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2팀으로 나눠 했는데 방문 가정마다 취약한 환경으로 인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 보건, 생계, 긴급, 주거환경, 불평등 요소들이 쉽게 발견되었지만 어디서부터 이들을 도와야 할지 누구를 선별해서 우선적으로 지원해야하는지 고민되기 시작하였다. 소득증대 사업을 구상하라고 하면 대상이 일반적으로 저축이 가능한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그 계층을 구별해내기 쉽지 않았다. 전체 방문 가정 수 10% 이내만 차상위로 분류가 가능할 것 같았다.

 

 

안쿠파파는 빈곤한 도시이다. 내가 오래전에 공부할 때는 영국식의 개발은 지속성을 강조하고 지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개발 접근인 반면 프랑스는 도시개발과 기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배운 적이 있었다. 그래서 도시빈민이 있는 안쿠파파를 방문함에 있어 프랑스 식민지를 경험했던 이곳에 프랑스식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을 거라는 기대는 했으나 그건 나의 판단 오류였다. 현지인들에 의하면 프랑스의 개발방식은 단순하면서도 시급성에 중점을 두기에 지속성을 염두 하지 않는다고 푸념하였다. 더욱이 정치적인 상황이 국제사회의 협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유엔을 비롯한 원조단체의 활동이 그리 활발해 보이지도 않았으며, NGO에 대한 간섭도 심하다고 들었다. 국민들은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긍지를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공산주의를 오랫동안 경험한 국민치고는 외국인을 낯설어하지 않고 친근하며 어려움에 대한 치부를 상세하게 알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의아해하기도 하였다. 마을 보건소를 방문하였을 때 전기 사정으로 백신의 관리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과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학교에 공급함에도 기생충 환자가 많으며, 교통수단의 열악함으로 긴급후송 혹은 환자들의 보건소 방문을 통한 질병조기발견이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설문조사를 하면 늘 오류가 발견된다, 번역과정에서의 오류와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생기는 오류 등이다. 이번 설문조사 문항 중 월 소득 기입항목이 있었다. 소득의 수준을 판단하기 위함이었는데 대부분의 가정이 월 소득의 개념이 없었다. 누구는 월 1만원, 누구는 월 3천원? 이런 식으로 단순경제활동으로 발생하는 수입을 가늠하다보니 월급개념의 소득을 계산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화폐단위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소단위의 물물거래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과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는 상황에 비해 아이들의 신체발달 수치가 서부 아프리카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였다. 가정 방문 시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기에 방문 가정과 이야기를 할 때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최대한 충분한 정보를 수입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려고 노력하였던 것 같다. 조사가 조사로만 마쳐지는 게 아닌 사업으로 개발되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조급한 마음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의 보건과 영양, 교육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건강한 가정 안에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고 공동체가 협력하며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일 수 있는 사항들이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결코 접하기 쉬운 내용들은 아니고, 우리의 작은 날개짓이 과연 그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우리의 노력이 그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의 행복은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열거할수록 많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출장이었다.

  

글/사진 : 더 라이트 핸즈 상임대표 손정배